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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고향을 묻지 마세요

며칠 전 어느 그룹 카톡을 열었다가 질겁을 한 적이 있다. 그 그룹 카톡은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모임에서 회원들 간 화합과 신속한 정보전달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 그룹 카톡에 버선발처럼 생긴 한반도 지도가 칼러로 예쁘게 모습을 드러냈다. 단체 회원 가운데 누군가가 올린 것이었다.     지도는 우리가 늘 보듯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쪽은 파란색, 북쪽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그 지도는 전라남북도를 북한과 똑같이 빨갛게 칠해 놓고 ‘전라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이라 써놓고 있었다. 나는 지역적 편견은 물론 한국 정치에 별 식견도, 관심도 없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의도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다고 생각된다. 이승만 대통령, 윤보선 대통령, 장면 정권 때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립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정희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정적 제거를 위해 반공을 앞세웠다. 당시 민주주의를 외쳤던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처벌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적 치적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권력욕으로 인해 나라는 부패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퇴보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 지도, 바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갈라놓은 그 기막힌 지도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취지로 발족한 단체의 그룹 카톡에 버젓이 올라온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면적으로만 보면 지금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주에 비해서도 훨씬 작은 나라다. 그런데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마저 동서로 나누자는 것인가. 다시 신라·백제·고구려로 나뉘었던 삼국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도대체 스스로 극우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들은 마치 전라도에 콤플렉스라도 있는 것 같다.       나는 같은 단체 회원으로 그 지도를 그룹 카톡에 올린 분의 인성이 참으로 의심스러웠다. 어떻게 그런 지도를 단체의 공식 카톡방에 올릴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 누가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나는 미국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보다. 이곳에서 오래 살았고 묘지까지 사 뒀으니 말이다. 진짜 고향은 저승에나 가서야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고향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임지나 / 수필가발언대 고향 한반도 지도 진짜 고향 그룹 카톡

2023-10-09

[기고] 지도의 힘

북가주 오클랜드에서 남가주 버뱅크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비행거리다. 탑승 내내 저공비행이어서 창 밖을 내려다 보면, 밑에 펼쳐져 있는 땅과 산과 숲을 비교적 잘 볼 수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지도는 아마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사진을 찍어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러자 곧 지도는 사진도 비행기도 발명되기 전에 이미 사용됐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수백년 전 유럽의 탐험가와 개척민들이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을 때에 지금의 지도보다는 덜 정교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바다와 육지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항해사들이 사용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백년 후인 21세기 현재, 북극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지구 구석구석의 위치와 크기를 그린 세계지도가 제작돼 전 세계 사람들이 손쉽게 보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     그러면 한반도 지도는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바로 떠오르는 이름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김정호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구자인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김정호라는 이름과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전부다. 어떤 경위로 지도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는지, 조선반도 지형의 어디까지 지도를 만들었는지, 또 완성한 삼천리 조선 땅의 지도가 얼마나 정확한지 등이 궁금해 역사 자료를 찾아 보았다.       대동여지도는 지금부터 250년 전 철종 12년 당시 조선의 대표적인 지리학자인 김정호가 제작한  최고(最古)의 전국 지도로 병풍처럼 접고 펼 수 있는 22개 폭으로 돼 있다. 지금까지 나는 김정호가 직접 전국 8도를 걸어 다니면서 지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도 없었을 텐데 삼천리 국토를 어떻게 걸어 다니며  손으로 그려가면서 지도를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과 의문을 품었었다.     관련 사실을 알고 보니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직접 전국을 답사해서 만든 것이 아니고 이미 있던 여러 개의 지도를 종합하고 정리해 기존 지도들을 집대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늘날의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확한 지도를 완성한 김정호와, 이전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선현들의 재능과 헌신에 감탄했다.       동시에 당시 정부에서는 왜 이런 수많은 선각자들이 피땀을 흘려서 발견하고, 축적한 정보가 담긴 지도를 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확한 지도는 국토의 지형과 지질을 파악해서 외부의 침입에 대항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귀중한 자료이다. 이 정보를 잘 활용했으면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시작한 여러 호란과 현해탄을 건너서 침입한 왜란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국토에 대한 지식은 농업, 어업, 임업, 광산업 등을 활성화해 전반적인 국가의 경제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돌아보면 글 잘해서 벼슬하는 것이 최대의 영광이었던 전통이 강했다. 김정호가 출생한 때부터라도 시문학에 전념했던 인재들에 못지않게, 백성의 삶에 직접 연관된 유용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학문의 인재들을 많이 등용했으면 한국의 역사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김정호 출생 106년 후인 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합병되는 국치는 면했을지도 모른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는 말에 새삼스레 동감을 했다.  김순진 / 전직 교사기고 지도 전국 지도 한반도 지도 경위로 지도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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